오늘은 갑자기 런던에서 아플때 당황하지 않고 병원에 가는 법을 이야기해보려한다.
사실 집을 구하고 나서 GP등록을 하려했으나 병은 역시나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
런던 온지 2주째 되던 새벽 1시쯤 갑자기 엄청 복부가 찌릿 저리더니 뻐근해지기 시작하는것이다.
처음엔 소화불량인가 싶어서 스트레칭하면 사라지겠지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꿔보고 몸을 돌려보는데 영 이상한거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쾌함이었다.
그렇게 점점 갈비뼈 안쪽(간)부위가 미친듯이 콕콕 쑤시더니 나중엔 거의 칼로 난도질하는것처럼 엄청 아팠다.
생에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마치 내 장기가 다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새벽이었고,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라서 잠도 못잔채로 5시까지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잠이 들때까지도 누우면 너무 아프고 등쪽까지 장기가 다 쏠린 느낌이라 엄청 엄청 아팠다..
그렇게 잠에서 깨 한 9시쯤 GP 등록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얼른 아래처럼 등록을 했다.
내 주소를 입력하고 가까운 위치의 약국도 등록한 다음 알러지는 뭐있는지까지 등록하면 레지스터 완료다.
5분도 안걸리는 등록이지만 2-3일 정도 걸릴 수 있다는데 나는 다음날 바로 등록되었다.
근데 그 사이에 영국 친구들한테 내 상황을 말했고, 한인 카톡방에도 갑작스레 이렇게 아플때 응급실 가도 될지 호주나 미국처럼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하니 그럴일 없다며 무료로 검진 다 해줄거래서 물만 2잔 마신채 Walk in centre를 검색해 바로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병원은 이런 응급 환자는 받지 않는다하여 대학 응급실 주소를 알려줬고 밖을 돌아다니니 내 증상이 더 악화되어 심지어 숨쉬기도 힘들고 말도 고통때문에 안나오는 상태가 되어버려 바로 대학 병원으로 향했다.
대학병원 도착해갈때쯤 완전 쓰러질 것처럼 아파왔고, 진짜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며 계속 물어보고 바래다주겠다고도 했는데 대답할 힘도 없어서 손짓만 하고 바로 리셉션가서 등록을 완료했다.
이 때 진짜 명치랑 횡경막 쪽이 너무 아파 말도 안나와서 종이에 내 상황과 증상을 적어 제출했고, 리셉션 직원이 내 아이디를 체크하니 나는 내 NHS넘버도 알지도 못했는데 자동으로 전산에는 저렇게 떴나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아플때 NHS넘버 서칭하지 말고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길 바란다.
그러고나서 대기하라고 한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니 직원이 저 팔찌를 주고서 조금 더 대기하라고 했다.
겨우 온지 2주 됐는데 아픈 상태가 되어버린 것과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외국인이란 사실이 그저 현실처럼 느껴져서인 것 같았다.
그래도 옆에 앉아있던 분이 티슈를 건네주셔서 눈물콧물 좀 닦고 진정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기다려 검진해줄 의사가 나왔고, 증상을 말하니 무슨 ECG라는 심전도 검사와 피검사를 받게될 수 있다며 밖에서 또 기다리라고 하였다.
약 1시간을 더 기다리니 이제야 ECG검사를 할 수 있었고 심장부 주변으로 무슨 고무 재질의 스티커들을 붙이고 무섭게 생긴 10개의 줄들을 이어붙였다. 약 20초-30초 동안 재더니 이제 됐다며 또 밖에서 기다리라했다. 그렇게 또 1시간을 기다리다가 옆 건물로 이동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옆건물에서 또 약 30분쯤 기다리니 의사가 내 이름을 불러 그 의사에게 내 증상과 면밀한 어제의 상황을 말했다. 그러더니 오줌검사와 피검사를 해야겠다고 하면서 오줌을 받아온 뒤 피검사실에 갔는데 그 간호사가 넘 못미더운 느낌이었고 역시 이 쎄한 느낌은…어딜가지 않는다.
주사바늘로 2군데나 혈관을 뚫고 그래도 피가 안나와서 오른쪽 팔에 하려는데 아까 날 검진한 의사가 와서 3번 더 꽂아 총 5번째 때 겨우 혈관에서 피를 엄청 많이 체취했다…
진짜 너무 어지러워서 곧 쓰러질 것 같다고 하니 얼른 눕히던데 안그래도 내장이 아파 죽겠는걸 이상한 꼬인 자세로 눕혀서 진짜 내장도, 혈관도 넘넘 아파져서 오열하면서 울었다.ㅜㅜ
결국 손목에 있는 혈관으로 체취했는데 타자를 치는 지금도 얼얼하게 아프다. 신경을 건드린건 아니겠지 멍만 들기를 바란다..
그렇게 쌩쑈를 하고나니 진통제를 쥐어주며 검사 결과 나오려면 2시간은 걸린대서 내가 오늘 아무것도 못먹고 나와서 혈관이 더 숨은 것이라 얼른 2시간동안 가서 뭐 좀 먹고 진통제 먹은 뒤 다시 돌아오라고했다.
그래서 그냥 집이 근처라 고양이 밥도 줘야해서 돌아가는 길에 캔 수프랑 참치캔 사서 죽처럼 먹고 진통제를 먹은 후 병원으로 다시 향했다.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 결과를 보아하니 간, 쓸개(담낭), 췌장 다 정상이라고 했다.
다만 문제는 내 생활 습관 중 특히 식습관이 너무 망가져 있다고, 공복상태가 너무 길어 위산이 나와 장기를 다 돌아다닌 급성 위염이라고 진단해줬다.
생각해보면 나는 일어나자마자 커피만 마시고 공복으로 출근할때가 많았고, 하루에 1끼정도만 먹으며 일 마치고 밥 먹은 뒤 바로 자는 식습관이 형성되어졌었다.
그런 이유로 위염에 걸리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던 것… 그리고 사실 저 위염 걸린날 점심때 불닭면을 먹었어서 위염환자들이 제일 기피하는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임에 딱 들어 맞았다.
하… 이제서야 모든 퍼즐이 다 맞춰졌네. 내가 한국에 들어가 있을때 왜 내장 내시경을 하지 않았는가 너무 너무 후회되었다.
그래도 내 증상이 마치 담석환자와 비슷해서 내가 담낭에 결석이 생긴걸까 너무 많이 걱정했는데, 오랫동안 역류성 식도염도 있었던 내가 지금 30대 중반에 위염이 걸린것이라면 오히려 이번을 기회로 내 몸을 잘 돌보고 건강한 것만 섭취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그래도 의사가 처방해주면서 이 두곳이 너네집이랑 가까운 GP니까 다음에 또 아프면 여기가서 진료 받으라고까지 알려줬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너무 느리고 간호사도 못미덥지만 무료 진찰치고서는 꽤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진료해준 느낌이었다.
약국에서 처방된 약을 받아왔고, 가격은 9.99파운드였다. 한달분이었고 하루에 한개 아침 공복에 섭취하라고하니 꾸준히 한번 먹어봐야겠다.
약사오고 난 후 시장과 마트에 들러 온갖 야채와 양배추, 닭고기를 사왔다.
앞으로 밥대신 양배추를 일주일간 먹어줘야겠다.
에휴 해외살이 정말 녹록치 않은 것 미리미리 내몸은 내가 챙겨야지 싶었고, 생각보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재정적으론 압박이 없구나 감사하게 느끼기도 했다.
뭐 당연히 내가 NHS를 2년치(약 280만원) 선불결제한 셈이니 여러분들도 아플때만큼은 돈 생각 안하고 바로 Accident&Emergency로 향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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