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부터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워크인으로 방문해 직접 돌리러 다녀봤는데, 날씨도 좋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영국의 사보이 호텔도 이력서를 내보다니 너무나 벅차올랐다.
사실 이때까지도 시차적응이 안돼서 좀 어질어질한 느낌?도 있었지만 덕분에 꿈꾸는것 같기도 하고 더 용감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이력서를 제출했다.
여기서 꿀팁은 본인이 어디 포지션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 문지기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물어볼때 바로 구직하러 왔다고 하지 말고 “여기 레스토랑이나 바가 어디에 있죠?” 물어보는 것이다.
내가 지원하는 분야는 요식업이고 호텔에는 다양한 부서가 존재한다. 고로 리셉션이나 문지기는 나와 다른 계열의 사람들이고 여기서 대부분 온라인으로 지원하라며 이력서를 받아주지도 않고 약간 칼같이 차단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사실 요식업 쪽 사람들은 계속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하고, 아무리 온라인으로 채용 프로세스가 이뤄져도 직접 얼굴을 본 ’사람‘, 여기까지 이력서를 돌리러오는 ‘열정’을 더 가치있게 보는 것 같다. 내가 호주에서도 워크인으로 직접 이력서를 돌려 호텔잡을 구했던 경험도 있지만, 사실 HR에서는 직위나 년차만 중요하게 따질 뿐 내가 어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했는지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요식업 종사 매니저는 왠만한 전세계의 요식업 브랜드들을 꽤 관심있게 보고, 알고있는 경우가 많으니 내 경력에 더 관심이나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그리고 여러 바와 호텔을 직접 돌아다녀보니 현재 런던의 식음료 트렌드는 애이시안 퓨전인 것 같았다. 사실 영국의 자체 식문화가 없는만큼 그동안 유러피언의 그것을 가져와 정착시켰던 것에 지루함을 느낄 찰나 이제는 새로움을 아시안 퀴진으로 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 바텐더가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구나 싶었다. 오죽하면 내가 만난 모든 매니저들이 이탈리언이었을까. 그리고 고든램지사에서 나에게 헤드바텐더 포지션을 제안하며 시간당 17.5 파운드를 제안하다니!
그렇게 나는 총 20군데 지원했고, 10군데에서 면접 보고싶다는 연락을 받았으며 6군데 면접 보고나서 2군데 트라이얼 가본 뒤 메리엇 계열사 5성급호텔로 근무를 결정하게되었다.
샌더슨 호텔의 로비에 위치한 롱바의 바 슈퍼바이저가 내 이력서 보며 완전 적극 환영해 개인적으로 친분도 쌓고 싶어해서 같이 친구하기로했다.ㅋㅋ
한잔 하고 가라해서 응 너가 만든거 마셔볼게하고 마시며 수다도 떠는 분위기라니 내가 바텐더가 된 이유가 이런거지~ 싶었다ㅋㅋ 고마운 이탈리안 친구.
그러고 나서 다음날 또 이력서 돌리러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도 가봤는데 마침 코리안 아메리칸 쉐프인 아키라백이 디자인한 키친에 어울리는 바텐더를 채용한다며 나이스 타이밍에 왔다고 좋아했다. 매니저도 마침 있어서 잠깐 수다도 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역시나 분위기와는 다른게 취업시장. 인터뷰 제안하는 메일에 답장했으나 그 이후 연락두절~ 뭐 사정이 있나보다 하고 나는 어차피 메리엇에서 쭉 커리어를 쌓는게 나을 것 같아 고민했었는데 연락 안온게 그냥 나의 숙명인가보다 하고 나의 구직활동을 거진 삼일만에 종료했다.
이렇게 지도상에는 50곳 정도 저장해놓고 내 호스텔 주변에 있는 호텔부터 시작해서 소호 쪽 중심으로 있는 5성급 호텔이란 호텔은 다 돌렸었다. 그리고 어차피 집을 동쪽으로 구할 예정이었기에 내가 서쪽으로는 더이상 구직해봤자 통근하기도 힘들 것 같아 그냥 한 30군데 돌리는 데에서 그쳤다. 사실 10군데는 그냥 온라인으로 돌리라며 입장뺀지 먹은 곳들이라 20곳 정도만 매니저들이 진짜로 내 이력서를 읽어본 것으로 추정된다.
도체스터는 웃긴게 내가 이력서 드랍하고 나서 다른곳에 인터뷰 예정이 있어 가는 와중에 전화로 다시 돌아오라며 매니저 한번 보고 얘기하고 가래서 다시 왔더니, 엥 그냥 자기네 공간 분위기 보여주고 너가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실컷 쭉 보여주면서 자기네들이 일본 위스키 중점으로 판매하는데 너는 어때? 이런거 물어보고.. 뭐 결국은 자기네 채용 프로세스는 무조건 온라인이기 때문에 거기서 지원하라 그런 얘기 해주던데 이럴거면 왜 굳이 전화로 다시 불러서 그러짘ㅋㅋㅋ싶었다. 뭐 그래도 나이스한 거절이라 신기했던 경험ㅋㅋㅋ
그리고 트라이얼 팁으로는 해당 레스토랑의 메뉴를 미리 보고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본인이 알고 있는 기본 상식정도는 복습하고 가면 좋겠다. 나는 영국에서 잘 팔리는 클래식 칵테일 66종을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해서 만드는 걸 익혔고,(사실 대다수가 만들어본 것들이기 때문에 가능) 보드카, 진, 럼, 위스키, 꼬냑 등의 종류별 역사별 상세히 다른점을 공부해갔었다.
지금까지 면접 본 곳들 중 영양가 있던 질문을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Radio Bar>
: 내 경력에 대해
우리 바에 무엇을 이바지할 수 잇는지
너가 가진 차별성
런던에 왜 왔어
<The Soho Hotel>
:손님이 오면 해야하는 5가지 시퀀스
웰커밍-오더-커스터마이징 추천-케어-피드백
소호호텔에서 너가 추구하는거
손님이 바 클로즈햇는데 커피주문하면?
동료가 도와달라고 할때 넌 뭐라고해?
너가 레스토랑 가서 어떻게 주문하는지
와인에 대해 얼마나 알아
샴페인 포도품종(샤도네이, 피노누아, 피노 뫼니에)
코스모폴리탄, 라스트워드, 클래식 샴페인 칵테일 레시피
사제락 주문받을때 손님에게 뭐 물어봐
왜 하필 런던이야?
<The London EDITION>
스피크이지바 일한거 어땟어?
(나 스피크이지 섹션에 두고싶다는 말)
너는 호스피탈리티에서 일할때 뭐가 가장 설레고 기분좋게 만들어?
호주는 어땟어?(경력 어필)
콥스 리바이버, 찰리 채플린, 맨하탄에 대해 다 알지?
보드카,진,럼,데킬라,위스키 지식 다 알지?
우리 바는 총 3가지 베뉴로 구분돼. 다이닝바, 라운지바, 펀치바 설명해준 뒤 너가 추구하는 바텐딩은 뭐야?(어디서 일하고파?)
- 트라이얼에서 만든 칵테일: 내가 가장 조아하는 스피릿인 꼬냑 베이스 칵테일(하버드, 뷰카레), 페니실린, 네이키드 페이머스, 스모키 올드패션드, 위스키사워, 마가리따, 에스프레소 마티니, 마르티네즈, 카이피리냐, 마티니
- 트라이얼에서 물어본 질문: 한국에서 어떤 바들에서 일했는지, 라이 위스키의 차별성, 올드 탐진에 대해 설명
<The Londoner Hotel>
너에대해 설명해봐
바텐더로서 추구하고 얻고싶은것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스피릿이 뭐야
데킬라와 메즈칼의 차이
네그로니의 역사와 만들어진 연도
콥스 리바이버
No.1 (꼬냑45, 깔바도스22, 스윗버무스22, 오렌지 비터1d)
No.2(압생트 린스, 진20, 릴렛20, 코인트루20, 레몬주스20)
사제락(압생트 린스, 각설탕, 페이쇼드 비터, 꼬냑/라이 위스키)
마르티네즈(진40, 스윗버무스35, 마라스키노1t, 오렌지 비터3d)
그리고 매니저들 공통 질문에 다들 하나같이 런던 어떤거같아? 아님 왜 런던으로 왔어? 물어보는데 첨부터 좋으면 쭉 좋고 아니면 안좋아하더라구~ 이러는게 너무 웃겼다ㅋㅋㅋㅋ난 언더그라운드 튜브탈때 계단지옥만 빼면 괜찮아..근데 그게 너무 크넼ㅋㅋ 그래도 친절한 영국남자들+아시안 여성들(아마도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분들?)이 내 짐 같이 들어주고 도와줘서 인류애 충전중인 영국생활~
아 우체부가 테크노나 DnB들으며 일하는것도 개웃겼다.
면접 자세로 또 중요한 건(내가 대기업만 다닐 수 있었던 면접 비법) 초롱초롱 눈빛+진지하고 꾸준한 경력+자신감이었는데 이게 해외에서 정말 잘 먹히니 다행이고 운도 더 좋은거 같다. 앞으로도 운빨 쭉쭉 날릴거야~
여러분도 어딜가든 잘 해낼 수 있다는 열정과 자신감을 가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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